신혼 초부터 몇 년간은 생에 가장 아름다운 시절이었습니다. 한 가정을 이루고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우리를 닮은 아이를 얻는다는 것은 이 세상 어느 축복보다도, 어느 보물보다도 귀하다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더불어 사랑으로 얻은 아이들은 정말 귀엽고 예쁘게 자라주었고, 우리 부부에게 진정한 사랑과 희망을 갖게 해주었습니다. 또, 돌이켜 생각해 보면 둘이서 이 생각 저 생각을 해가며 우리 가족의 장래에 대한 설계를 해보던 이 시절이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라 기억됩니다. 이런 생각 때문인지 그 당시 저는 두 아이를 낳느라고 고생한 아내에게 직장에서나 가정에서나 틈만 있으면 ‘어떻게 하면 아내에게 잘해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해보았습니다.
그러면서 저의 행동 하나하나를 모두 아내의 마음에 들도록 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아이를 낳게 되면 집에서 아내의 할 일은 참으로 많아집니다. 기고, 걷고, 뛰고, 일을 벌이는 두 아이의 수발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런 사정을 저는 잘 알고 있지만, 퇴근 후 집에 오면 아내는 늘 미소로 별일 없었다는 듯 반갑게 맞아주었습니다. 이런 아내가 저는 늘 사랑스럽고 고마웠습니다. 저의 아내는 큰아이가 태어날 때부터 입히던 옷가지나 자라면서 쓰던 장난감이나 공작물과 책들을 앞으로 태어날 동생을 위하여 하나도 버리지 않고 모아두었습니다. 그 후 3년이 지나 동생이 태어나자 작은 아이는 형이 썼던 물건을 그대로 물려받아 썼습니다. 이렇게 작은 아이는 큰아이가 쓰던 옷가지나 장난감, 공작물과 책을 그대로 물려받아 쓰게 되니 생활비 지출 면에서도 어느 정도 절약이 되었습니다. 이런 일들은 생활비가 절약된다는 점에서도 반가운 일이지만, 저는 작은 아이가 큰아이 입던 옷을 그대로 입고 있는 것을 보면 어딘지 닮은 것 같아서 흐뭇했고, 큰아이가 가지고 놀던 장난감이나 공작물을 그대로 가지고 노는 것을 보면 아이들끼리 서로 통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큰아이가 보던 책을 작은 아이가 그대로 읽고 있는 것을 보면 생각하는 방식도 비슷할 것 같아서 더욱 기뻤습니다. 왜냐하면, 아이들의 이런 행동이나 모습들이 자라고 있는 큰 아이와 작은 아이를 보이지 않는 끈으로 서로 연결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두 아이가 이제는 다 커서 성인이 된 지금도 저희 부부 정도로 서로 다정다감하게 지내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제1부에서 말씀드린 대로 아이들에게 영어 공부를 본격적으로 가르치기 시작하기 전, 그러니까 2~3살 때부터 초등학교 2학년 1학기까지의 상황을 다시 요약해서 말씀드리면, 저희 부부는 집에서 두 아이에게 고운 말씨 쓰기를 시작으로, 경어 쓰기, 올바른 행동하기, 인사하기에서부터 숫자와 덧셈, 뺄셈, 곱하기 나누기와 한글 읽히기를 반복적으로 가르쳤습니다. 그리고 그때그때 나이에 맞는 어린이 독서, 예의범절, 예쁜 노래하기, 그림 그리기, 공작품 만들기, 클래식 음악 듣기, TV 어린이 프로 보기, 놀이터에서 뛰어놀기 등 어린이들이 할 수 있는 여러 가지를 틈만 있으면 둘이서 번갈아가며 즐겁게 가르쳤습니다. 또, 정서 교육으로는 틈틈이 클래식 음악 테이프를 집안에 틀어 놓아 분위기를 맞추어 주었습니다. 클래식 음악을 듣는 것은 아내의 취미였고, 겸사겸사 아이들에게도 들려주었던 것입니다.
그러던 중 큰아이가 유치원을 다녔는데, 유치원 시절에도 유치원의 가르침대로 열심히 하면서 집에서는 늘 책을 많이 읽도록 시켰습니다. 유치원이 끝나고 초등학교에 입학하여 1학년 시절에도 학교에서 선생님께서 가르쳐 준 것을 열심히 했고, 시간이 나는 대로 책을 읽혔습니다. 아이가 이 시점에 읽은 책이 수백 권에 달하며, 초등학교 입학해서는 위인전이나 문학 전집 등 좀 어렵다 싶은 책들도 잘 읽어나갔습니다. 이런 책들은 모두 대여 서점 등에서 빌려 본 것이 아니고 저와 아내가 함께 가족 나들이 겸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 서점에서 한두 권씩, 어느 때는 서너 권씩 직접 구입해 주었습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책을 사주는 데는 돈이 아깝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되다 보니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들 방의 벽은 거의 모두 책으로 둘러싸여 있었습니다. 아이는 읽은 책을 또 읽고 다시 또 읽고 하여 책의 내용을 훤히 꿰뚫어 볼 수 있는 정도까지 되었습니다. 그 후 그 책은 동생에게 그대로 물려주었습니다. 그리고 앞장에서 이미 말씀드린 대로 취학 전에 아이들이 보통 다니고 있는 어린이 학원에는 보내지 않았습니다. 학원비가 비싼 것이 큰 이유였지만 또 다른 이유는, 만약에 이런 학원을 다님으로써 어릴 때부터 음악에 소질이 있다 또는 무용이나 미술 또는 운동에 소질이 있다는 등의 말을 학원 선생님께 몇 번 듣다 보면 혹시 우리 아이가 그런 데에 소질이 있나 하고 착각이나 흥미를 갖게 되고, 이런 것이 동기가 되어 제가 아이들에게 학교 공부는 열심히 시키지 않고 예능 방향으로 아이들을 끌고 나가게 되지 않나 하는 걱정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사실적인 면에서 저 자신을 냉정히 생각해 볼 때 이런 예체능 분야는 첫째로, 아이를 이 분야에 성공시키려면 부모인 제가 뒷바라지할 돈이 많이 들고, 둘째로, 이 분야는 저 자신이 잘 모르는 분야라서 애써보았자 과학 분야나 인문 분야보다도 성공의 보장이 확률적으로 떨어진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분야로 나가다가 중고등학생이 되어서 뒤늦게 ‘아차, 잘못됐다.’ 싶어 방향을 돌리려 하면, 이미 아이는 공부할 시기를 놓쳐 돌이킬 수 없이 공부를 잘하지 못하는 아이로 변하여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니 저는 어릴 때부터 아이를 이런 분야로 접근시키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럴 시간이 있으면 그 돈을 아이에게 책을 사주고 집에서 책을 읽혔습니다. 저는 이렇게 아이들에게 영어 공부를 시키기 전까지는 수백 권의 책을 통하여 한글을 읽히고, 다량의 책을 읽게 함으로써 한글을 빨리 읽는 방법과 독해력을 기르는 방법을 아이가 스스로 터득하도록 교육한 것입니다.
책을 한 권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는다는 것은 그 책의 내용, 즉 처음 시작과 사건의 전개 과정 그리고 그 내용이나 사건이 결론지어지는 과정을 알 수 있는 것이어서 아이들의 사고력을 키우는데도 크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또 책을 통하여 부모님들이 말씀하시는 것 이외에도 새로운 지식이나 사고방식 그리고 예의범절까지도 스스로 터득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더불어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를 아는 데도 독서 이상 좋은 것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시간을 내서 대형 서점에 가족과 함께 들러 아이들에게 유익하다고 생각되는 책을 엄마와 아빠 그리고 아이들까지 합세하여 아이에게 알맞은 책을 골라 사 와서 두고두고 한 권씩 읽혔습니다. 어릴 때 책에 흥미를 갖는 아이치고 학교 공부를 잘하지 못하는 아이는 별로 없습니다. 어릴 때부터 이렇게 책을 읽는 습관을 들이게끔 하는 것은 누구도 할 수 없는, 즉 오로지 부모님께서만이 하셔야 할 의무이자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에는 길이 있습니다. 책을 많이 읽는 아이는 부모님께서 별로 걱정 안 하셔도 올바른 길로 나간다고 생각합니다. 가정교육이 별것입니까? 이렇게 어릴 때부터 책을 많이 읽게 해주시면서, 엄마, 아빠가 아이들 앞에서 모범적인 행동을 보여주신다면 그것이 훌륭한 가정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하고 아이들에게 책을 많이 사주며 아이에게 영어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책 읽는 습관을 교육한 것입니다. 그리고 책을 읽는 아이의 저 건너편에는 항상 엄마가 함께 있었습니다. 이런 엄마의 모습은 마치 맛있는 음식을 차려놓고 그 음식을 맛있게 먹고 있는 아이의 모습을 흡족한 마음으로 바라보는 엄마의 사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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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시간이 흘러 어느덧 아이가 초등 2학년 1학기를 마치고 여름방학이 시작될 때 그해 7월 중순이 되자 기회는 이때부터다 싶어 영어 실력은 없지만 제 자신이 직접 아이에게 영어 공부를 시키기로 마음먹고 우선 영어 공부를 어떻게 시키면 좋을까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종일 이 서점, 저 서점을 돌아다녀 보았습니다. 그러나 부모가 아이에게 영어를 처음 공부시킬 때 어떠한 방법으로 하면 좋을 것이다, 하고 그 방법을 설명해 주는 지침이 될 만한 책은 한 권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한 방법이 ‘제가 중학교 1학년 때 영어 선생님께 처음 영어를 배웠던 방법대로 영어 공부를 시작해야겠구나.’였습니다.
이 방법은 오히려 간단했습니다. 처음에 알파벳을 익히고, 그다음 발음기호와 엑센트를 배우고, 그다음에는 중학교 영어 교과서를 차례차례 심도 있게 공부하며 영어를 익히는 방법이었습니다.
영어를 사용하는 나라에서 그 나라 어린이들은 영어가 자기네 나라말이니까 태어나면서부터 우선 말부터 배우며 시작합니다. 그리고 차후에 서서히 글을 배울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영어가 우리나라 말이 아니니까 그렇지 못합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어린이가 처음 영어를 배울 때는 말하기와 듣기보다는 글을 먼저 깨우치는 이 방법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이렇게 결정하고 곧바로 중고서점에서 중학교 1학년의 중고 영어 교과서 두 권과 서점에서 중학교 1학년 영어 자습서와 테이프를 새것으로 두 권을 샀습니다. 또, 4선지 영어 노트 10권도 샀습니다. 더불어 중고등학교용 영어사전 한 권도 준비하였습니다. 그리고 아이에게는 중1 영어 교과서 한 권과 영어 자습서와 테이프와 4선지 영어 노트를 주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영어 자습서를 준 것은 우선 자습서에는 새로운 단어나 숙어가 나올 때마다 새로운 단어와 숙어의 뜻이 써 있고, 문장의 해석이 되어 있으며, 가끔 문법적인 설명도 되어 있어 아이가 영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또, 아빠가 아이에게 영어 단어와 숙어 시험문제를 낼 때, 아이가 미리 이 자습서를 보고 영어 단어와 숙어 공부를 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그리고 영어 공부는 뭐니 뭐니 해도 영어 단어와 숙어를 공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당시에도 중학교 영어 자습서를 구입하면 부록으로 단원마다 원어민이 단원의 문장 내용을 읽어 녹음한 테이프가 1개씩 있었습니다. 저는 이 테이프를 낮 시간에 아이가 엄마와 함께 영어 공부를 하면서 여러 번 반복하여 듣게 함으로써 저녁에 아빠가 읽어주는 영어 본문을 듣는 테스트를 할 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할 작정이었습니다. 한편 저도 영어 자습서와 영어 교과서를 가지고 다니면서 직장에서 점심시간과 휴식시간 등을 이용해서 아이들에게 영어를 알려주기 전에 미리 책을 보고 읽기와 해석을 해두었다가 집에서아이에게 영어책을 서로 꺼내보면서 영어 공부를 가르칠 계획이었습니다.
그리고 아이에게 아빠가 영어 공부를 시키면서 영어 시험을 봐서 100점을 맞거나, 영어 쓰기 숙제를 내서 영어의 스펠링이 틀리지 않고 정확히 써서 100점을 맞았을 때와, 본문 읽기와 본문 해석에서 100점을 맞았을 때는 ‘영어 100점’이라 하여 상금을 줄 계획이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한 과가 끝나면 상금을 세 번 받게 되는 것입니다. 즉, 저는 이렇게 아이에게 영어 공부만을 시키는 것 이외에 용돈의 성격을 띤 상금을 주어 영어 공부를 할 의욕이 생기도록 이끌려는 생각이었습니다. 저는 이렇게 결정한 뒤, 아이에게 영어 공부를 시킴에 앞서 사전에 아이와 약속을 했는데 내용은 이러합니다. “이제 네가 영어 교과서를 가지고 영어 공부를 시작하면서 한과씩마다 읽기와 쓰기, 그리고 단어와 숙어 시험을 3번에 걸쳐 시험을 볼 것이다. 각각 그 시험에 100점을 받아 합격하면 그때마다 상금 1,000원을 너에게 주겠다. 그 대신 앞으로 너에게 용돈을 달리 주는 일은 없다.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해서 시험에 합격하여 상금을 타서 쓰도록 하여라. 그리고 그 상금은 네가 쓰고 싶은 곳에 엄마, 아빠의 허락 없이도 마음대로 사용하거라 그 대신 나쁜 곳에는 사용하지 말거라. 영어 시험은 1과마다
① 영어 단어 숙어 받아쓰기
② 본문 쓰기
③ 본문 읽기와 해석 등 3가지를 시험 보는데 그 규정은 이러하다.
① 영어 단어와 숙어 받아쓰기 시험은 본문에 나오는 단어 중에서 아빠가 불러주는 영어 단어와 숙어를 백지에 쓰고 그 뜻을 한글로 함께 쓰기이다. 영어 단어 스펠링이 하나만 틀려도 안 되고, 뜻이 틀려도 안 된다. 100점을 받아야 합격이다.
② 본문 쓰기 시험은 영어 본문을 필기체로 5번, 인쇄체로 5번, 4선지 영어 노트에 써야 한다. 이 본문 쓰기는 네가 학교에 다녀와서 낮 시간에 집에서 하는 숙제이다. 아빠는 영어 시험 테스트하기 전에 먼저 영어 노트에 써놓은 본문을 확인할 것이다. 이때 영어 단어 스펠링이 하나만 틀려도 안 되고 마침표, 쉼표 등 부호가 틀려도 안 된다. 그리고 문장 앞에 대문자로 쓰는 것이 틀려도 안 된다. 즉, 영어책에 있는 그대로 써야 합격한다.
③ 본문 읽기와 해석 시험은 본문을 읽고 해석하는 것이다. 이때 본문은 네가 낮에 테이프를 들었던 대로 느리지 않게 빨리 읽어야 하고 억양을 꼭 넣어라. 천천히 읽으면 불합격이다. 우리 한글로 된 책을 읽는 것보다 더 빠르게 읽도록 하여라. 가능하면 읽을 때 이 뜻이 무엇인가를 알도록 하여라. 우리나라 말을 할 때, 말함과 동시에 말뜻이 무엇인지 알듯이 그렇게 연습해라.
그리고 읽기 시험이 끝나면 문장을 한 구절씩 다시 읽고 우리말로 해석해라. 읽기와 해석이 다 맞으면 합격이다.”이렇게 영어 시험에 대하여 아이에게 설명하고 서로 그렇게 하기로 약속하였습니다. 이렇듯 저는 아이에게 영어 공부를 시키면서 상금이라는 묘안을 생각해 냈습니다. 그리고 아빠의 영어 시험 테스트에 100점을 맞으면 그 즉시 상금을 주었습니다. 아이는 이 상금을 받아 자기들의 용돈으로 유용하게 사용하였습니다. 이런 일들은 아이가 처음 영어를 배우던 초등학교 2학년 1학기 말 때부터 영어 공부를 마치던 중 1학년 1학기까지 5년간 계속되었습니다. 그러면 ‘이런 식으로 부모가 아이들에게 영어 공부를 시키는 데 엄마와 아빠가 영어를 굉장히 많이 알아야 할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길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시험을 보는 아이가 비록 공부는 영어 교과서나 영어 자습서를 가지고 공부하지만, 시험을 치를 때는 볼 수 없는 것이고, 시험을 보게 시키시는 아빠는 이미 자습서에 의해 한 번 훑어본 내용을 책을 보면서 시험을 내기 때문에 시험이 끝나고 채점할 때, 아이가 틀린 부분을 정확히 짚어낼 수 있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아빠, 엄마가 긴 세월 동안 매일매일 영어 테스트를 꾸준히 아이에게 하는 일입니다. 제가 사용한 이 훈련과 상금의 방법은 훌륭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방법으로 아이에게 상금을 주었으며, 영어 시험이 100점이 안 되거나 영어 쓰기 시험에서 스펠링이 하나라도 틀리면즉, 95점이 된다면 상금을 주지 않았습니다. 시험에 관한 엄격하게 규정을 적용했던 것입니다. 후일의 이야기입니다만, 이 엄격한 방법은 아이가 영어 단어를 정확히 구사하고 문장 하나하나를 정확히 아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아이와 영어 공부를 시작함에 앞서 아빠와 자식 간에 영어 공부 시험과 상금에 대하여 반드시 100점을 맞아야 상금을 준다고 약속은 하였지만 부모 마음은 어찌 그렇습니까? 혹시 실수하여 스펠링 하나가 틀려 95점을 맞는다면 어찌하겠습니까? 서로 꼭 지킨다고 약속은 하였지만 아이는 애써 공부하여 상금을 받으려 하는데 단어 하나가 틀려서 100점을 못 받았다 하면 아빠는 아이가 안쓰러워서 그냥 맞는 것으로 하고 다음 과정으로 넘어가고 싶습니다. 적어도 저의 마음은 그랬습니다.
그러나 저는 여기서 아빠가 마음이 약해지면 안 된다 싶어 독하게 마음을 먹고, 다시 처음부터 시험을 보게 시켰습니다. 그리고 저는 아이의 시험 채점을 아이와 함께, 아이가 보는 앞에서 정확히 했고, 틀린 것을 여지없이 적출해 냈으며, 합격을 못하면 틀린 것을 공부할 시간을 더 준 다음, 처음부터 다시 시험을 보게 시켰습니다. 그리하여 그 시험에서 100점을 맞아야 다음 단계로 넘어갔습니다. 아이에게는 경각심이 필요합니다. 틀린 것을 다시 보는 과정 즉, 이렇게 반복하는 과정이 영어 공부입니다. 외국어가 그리 쉬운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시험 문제를 내고 아빠의 채점 과정이 허술하면서 아이가 영어 공부를 잘하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입니다. 이 부분은 꼭 명심하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오랜만에 보는 중학교 1학년 영어 교과서가 저에게 오히려 흥미로웠고, 이것을 내 아이에게 가르쳐 준다고 생각하니 참으로 기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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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직장이나 집에서, 그리고 출퇴근 시간에도 틈만 있으면 그날그날 아이에게 가르칠 영어 교과서를 한 번씩 읽어 보았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이런 점을 강조해서 설명해 주어야겠다 하고 강조해서 설명할 부분을 간략하게 메모해 놓았습니다. 이렇게 해놓으면 저의 그날 숙제는 끝나는 것입니다. 그날 퇴근해서 아이에게 낮 동안 영어 공부했던 것을 엄격하게 확인하거나 테스트하고 시험에 합격하면 상금을 주는 일을 꾸준히 하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낮 동안 중1 영어 자습서를 훑어보는 과정에서 그 과의 영어 문법적인 해설이 자습서에 나옵니다. 그러면 이 문법 해설을 제가 먼저 읽어 보고 그날 저녁에 테스트가 끝난 뒤, 아이에게 한번 읽어 보라고 한 뒤, 간단하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어느 때는 영어 단어를 가지고 영어 사전을 일부러 찾아보라고 아이에게 시키기도 여러 번 하였습니다. 그러면 아이는 영어 사전에서 영어 단어를 찾습니다. 이때 영어 단어에는 한글로 뜻이 2가지나 혹은 3가지 있는 것이 있습니다. 또 동사와 명사가 함께 쓰이는 단어도 있습니다. 어느 것은 명사와 형용사가 함께 쓰이는 것도 있습니다. 그래서 우선 명사, 동사, 형용사가 무슨 뜻인지 우리말로 예를 들어 설명해 주고 가끔 영어 단어에는 2가지, 혹은 많으면 3가지의 뜻이 있는 것도 있다고 말해주었습니다. 어떤 단어는 동사와 명사를 함께 쓸 수도 있으며, 또 명사와 형용사가 함께 쓸 수도 있음을 말해주었습니다. 영어를 처음 배우는 아이에게는 언뜻 이해가 되지 않는 말입니다. 그래서 우리 한글의 예를 들어 주었습니다. “경수야, 아빠의 말을 잘 들어 보아라. 영어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말도 뜻이 여러 가지가 있는 말이 많다. 예를 들어 보마. ‘가다, 즉 간다’라는 말은 ‘어디를 간다’라는 뜻이 있지. ‘걸어서 간다’라는 뜻이다. 그런데 ‘간다’라는 말에 ‘죽는다’라는 뜻도 있다. ‘그분은 천당에 가셨다.’라고 쓸 수 있지 않니? 또 ‘간다’라는 말은 ‘상했다’라는 뜻도 있다. 예를 들면, ‘그 생선은 한물갔어.’ 그러면 ‘상했다’라는 뜻이다.
또, ‘돌았다’라는 뜻도 있다. 예를 들면 ‘저 사람은 정신이 나갔어.’ 하면 ‘돌았다’라는 뜻이다 이렇게 ‘가다’라는 말의 뜻이 여러 가지 뜻으로 쓰이듯이 영어 단어도 뜻이 여러 가지로 쓰이는 수가 있다. 그러나 우선 너는 이 자습서에 나오는 영어 단어를 한글로 한두 가지의 뜻만 알면 된다. 그렇게 알다 보면 차츰차츰 영어를 터득할 수 있을 것이다.”저는 아이가 처음 영어 공부를 하는데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고 하며 복잡하게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우선은 영어 공부를 쉽게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아이는 곧 알아들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말 중에도 ‘간다’라는 단어뿐만 아니라 이 이외에도 여러 개의 뜻이 함께 쓰이는 단어를 몇 개 더 가르쳐 주면서 이해를 돕도록 노력하였습니다. 저는 아이에게 이런 식으로 영어를 설명하면서 아이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으면 우리나라 말을 예를 들어 설명해 주면 곧바로 이해했습니다.
저는 또 영어 문장의 기본 5형식에 대하여도 간단히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우리나라 말의 구조와 영어의 구조를 간단히 설명하고 영어는 일반적으로 우리나라 말의 구조와는 순서가 조금 다르게 5형식의 기본 틀을 가지고 말을 한다고 설명하였습니다. 아이는 곧바로 이해했습니다. 이러한 기본적인 영어 문법에 관한 것은 중학교 1학년 자습서에 쉽고도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습니다. 이 설명은 제가 직장에서 먼저 한 번 읽어 보고 설명해 준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러나 배우려고 눈을 부릅뜨고 있는 아이는 기다렸다는 듯이 금세 이런 지식을 흡수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렇듯 저는 영어 문법에 대하여는 아이들에게 기본적인 것 외에는 자세히 설명해 주지 않았습니다. 우선 제 자신이 영어 문법에 대하여 잘 알지 못한데도 원인이 있습니다만, 아이가 영어를 배우는 데는 영어 문법이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추후에 아이가 영어를 어느 정도 터득하게 되면 우리도 한글을 먼저 배우고 나중에 한글 문법을 터득하듯이 영어 문법은 아이 자신이 스스로 얼마든지 공부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아이에게 중요한 영어 공부의 내용은, 영어 단어와 숙어를 외우고, 문장을 여러 번 쓰게 하여 영어를 익숙하게 길들이고, 영어책을 숙달되게 빨리 읽게 하면서 동시에 그 뜻을 파악할 수 있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모든 영어 교과서마다 외국인이 직접 읽는 읽기 테이프가 판매되므로 그 테이프를 여러 번 반복하여 본문 듣는 연습을 계속 시킨다면, 자연스럽게 영어의 문장이 외워지고, 영어에 두려움이 없어지며, 오히려 친근감이 생기고, 계속하다 보면 영어 회화까지도 가능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언어 공부가 별것입니까? 우리나라 국어 배울 때 하던 식으로 말하기, 쓰기, 읽기, 듣기, 짓기 아닙니까? 저는 이러한 확신을 가지고 우선 이 중에서 말하기와 듣기를 아직 제대로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쓰기, 읽기, 짓기에는 힘을 기울였습니다. 그러나 말하기와 듣기를 지금은 좀 부족한 상태에서 배우지만 쓰기, 읽기, 짓기가 어느 정도 수준에 오르면 가르쳐 줄 계산이었습니다. 이렇게 시험 테스트를 하고 틈틈이 문법이나 영어 내용을 조금씩 설명해 주면서 그날그날 교과서 진도는 쉴 새 없이 계속 나갔습니다. 교과서의 진도를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1과에서 2과, 3과, 4과…. 1학년 교과서가 중반을 넘어가자 이제 집안에서 영어 공부하는 것이 본격적으로 틀을 잡기 시작하였습니다. 저녁 식사 후 곧바로 영어 공부 시간이면 아이는 영어책을 들고 와서 아예 시험 볼 준비를 하고 기다리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집안의 분위기를 이렇게까지 바꿔놓을 수 있다니, 저는 내심 기뻤습니다. 저는 확실히 보이는 성과를 제 눈으로 확인해 가면서, 아이에게 공부를 가르치고 있는 것이 마음 뿌듯했고, 어떻게든지 이런 상황을 몇 년이고, 몇 년이고 계속해나가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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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각 TV 채널에 영어로만 방영하는 채널이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AFKN이라는 미군 방송이 한 가지뿐이었습니다. 저는 가끔 집에서 휴식시간에 AFKN 방송을 켜놓았습니다. 제가 영어를 알아들어서 켜놓은 것이 아니고, 그저 화면이나 좀 보고 혹시 아이가 영어 공부를 하고 있으니 이런 TV 화면을, 비록 지금은 아이가 알아듣지 못해도 외국인들이 영어 대화하는 것을 보고 듣다 보면 언젠가는 아이도 귀에 들릴 것이 아닌가 하는 기대 심리에서 아이에게 AFKN 채널을 보여주곤 했던 것입니다. 또 AFKN 채널에는 오후 5~6시경에 주한 미군의 어린이를 위한 어린이 방송도 방영되었습니다. 그래서 이 시간대에는 아이에게 그 방송을 보도록 적극적으로 권장하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AFKN 어린이 방송 프로그램을 보고 있는 아이에게“너 저 방송에서 뭐라고 말하는지 알아듣겠니?” 하고 물었습니다.“네, 알아들어요.”저는 속으로 내심 놀랐습니다. 제 자신은 이 화면에서 영어 대화는 못 알아듣고 그 TV 화면을 보고 내용만을 대충 짐작할 정도인데 아이는 다 알아듣는다니…. 교육이란 대단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계속해서 AFKN 어린이 방송 TV 화면을 보던 중에 어느덧 아이는 영어가 귀에 들어오는 모양이었습니다. ‘아! 이제는 이 아이에게 영어 회화 공부를 시킬 때가 됐구나.’하고 생각했습니다. 이때가 초등학교 2학년 2학기 겨울방학이 거의 끝날 무렵이었습니다. 그리고 아이는 중학교 3학년 영어 교과서의 중반부 이후 부분을 공부하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 제 2부 본문중에서 -
아이들이 초·중·고등학교 시절, 매년 그랬듯이 저는 여름방학 동안에 가족에 함께 2박 3일 동안 국내 어느 곳에 간단히 피서를 다녀온 뒤, 곧바로 아이들을 공부 쪽으로 유도한 이유는, 여름방학 중에 거창한 프로그램을 짜서 아이를 장기간 해외여행이나 국내여행을 보낸다든지, 친척 집에 보낸다든지 혹은 현장실습한다고 오랜 기간 집을 비운다든지, 또는 문화·예술 탐방이라는 구실을 붙여 이리저리 여러 날을 공부 아닌 놀자판으로 움직이려는 행동을 미리 막아보려는 데 목적이 컸습니다. 또 아이들에게 이렇게 해보았자 결과적으로 비용만 들고, 어린 나이에 허영심만 키워주며, 별로 얻는 것 없이 아까운 시간만 낭비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아이를 집에서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도록 꼼짝 못 하게 하고 영어 공부만 시킨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길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습니다. 여름방학 중에는 학교에 가지 않으므로 역시 시간이 많이 남습니다. 엄마가 항시 집에서 아이와 함께 있기 때문에 하루 중에 공부해야 할 시간에는 공부를 시키고, 틈틈이 남는 시간에는 놀이터나 학교 운동장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재미있게 보낼 수 있도록 배려를 했습니다. 그리고 주말이나 휴일에는 가족 전체가 나들이를 갔습니다. 나들이 간 곳은 관악산, 북한산, 어린이대공원, 민속촌, 서울랜드, 월미도, 고궁, 인사동 화방 거리, 자연농원 등 서울 인근의 유원지나 공원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곳을 한 번 가보았더라도 다음 기회에 몇 번씩 더 가곤 하였습니다. 갈 때마다 가능하면 카메라로 아이들이 서로 다정하게 어울려서 놀고 있는 모습들을 눈치채지 않도록 사진을 찍어두었습니다. 이런 사진들이 어릴 때 당시는 별로 의미가 없어 보이지만 아이들이 성장한 후 성인이 되었을 때 보게 되면, 어릴 때 다정하게 형제가 놀고 있는 모습에서 서로의 친근감이 새롭게 생겨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때 찍은 사진 중 몇 장을 확대해서 20년이 지난 지금도 한두 장을 저의 거실 방에 액자로 만들어 걸어놓고 있는데, 이제는 성인이 된 아이들이 힐끔힐끔 사진을 쳐다보며 속으로 어떤 생각을 할까 궁금하기도 합니다.
다만, 저는 아이들이 이 사진을 보며 20년 전, 자기들끼리 서로 아껴주며 정겹게 지냈던 어릴 때, 그 아름답던 시절을 회상할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만족스럽게 생각합니다. 이런 일 저런 일을 계획대로 모두 해가면서 지내도 방학 기간 중에는 시간이 충분하기 때문에, 아이의 하루 시간을 헛되이 버리지 않고 적정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아내가 관심을 가지고 많은 노력을 하였는데, 그 방법으로는 아이에게 불필요한 TV프로그램을 보는 시간을 금지시킨다든지 효과 없이 시간을 낭비하는 일을 하지 않도록 아이를 늘 유심히 관찰하고 지도하였습니다. 그리고 직접 영어로만 방송되는 AFKN의 TV 어린이 프로그램은 꼭 시간에 맞춰보도록 했으며, 틈틈이 AFKN 방송 중에도 영화 등의 프로그램은 영어 공부를 위하여 간혹 보도록 하였습니다. 아이는 이때부터 일부이긴 하지만 AFKN 미군 방송을 듣고 있었던 것입니다.
- 제 2부 본문중에서 -
아이가 초등학교 5학년 1학기가 시작되자 지금까지 고1 영어 교과서를 두 종류나 마쳤기 때문에 자신감이 붙어 고2 영어 교과서와 자습서를 구입하여 영어 공부를 계속 시작하였습니다. 고2 영어 교과서는 인쇄된 영어 글씨체도 약간 작은 글씨로 되어 있으며 한 단원마다 내용도 길었습니다. 또 영어 단어도 어려운 단어가 많이 나왔습니다. 저는 여태 해왔던 방식대로 종전과 같이 계속하여 영어 시험을 보도록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때부터는 영어 시험 때 100점을 맞는 것에 한하여 상금을 2,000원으로 인상하여 주었습니다. 이런 방법은 용돈을 인상해 주는 방법 중에 하나였습니다. 그리고 이제부터 어려운 단어가 나와서 한글로 뜻을 외운다 해도 한글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면 안 되기 때문에 한글의 뜻을 설명해 주어야 할 경우에는 한글 뜻을 자세히 설명해 주었습니다.
이러는 사이에 작은 아이도 벌써 초등학교 2학년이 되었습니다. 이제 몇 달 후에는 형처럼 영어 공부를 시작해야 합니다. 그동안 형이 영어 공부하는 것을 쭉 보아왔기 때문에 작은 아이에게는 저 자신도 영어 공부시키는 기술이 늘어서 큰아이 때보다는 좀 수월할 듯싶었습니다. 어쨌든 작은 아이에게 영어 공부를 시작하기 전까지 형이 그동안 읽었던 책들을 계속 읽혔고, 가끔 서점에 가서 새로운 아동용 책이 나오면 사서 읽혔습니다. 이렇게 새 책을 사 오면 큰 아이도 그 책을 함께 읽었습니다. 두 아이가 서성대는 집안은 번잡스럽습니다. 하루 종일 아내는 이 일하랴, 저 일하랴, 정말 바삐 움직입니다. 이런 모든 일은 사실, 아내의 손끝에서 하루가 시작되고 하루가 마무리됩니다. 저는 하루도 아내에게 고생한다는 인사말을 잊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아내에게 늘 기쁘고 사랑한다는 말로 위로하여 주었습니다. 이러던 어느 일요일, 큰아이가 AFKN 방송을 듣고 있었습니다. 그때 화면에는 미국 대통령이 연설을 하고 있었습니다. 큰아이가 열심히 TV를 보고 있길래 저는 아이에게 물었습니다.
“너 지금 미국 대통령이 뭐라고 연설하는지 알아듣겠니?” “네, 모르는 말이 나오긴 하는데 거의 알아들어요.”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가끔 큰아이가 AFKN 미국 군인 TV 방송을 듣고 있는 것을 보긴 했지만 스피드 있게 빨리 말하는 영어를 알아들으리라는 생각은 미처 못했기 때문입니다. 잠시 시간이 흐른 후, 이번에는 TV 화면에 미국 군인 아나운서가 미국 군대 뉴스를 전하고 있었습니다.“너, 이 군인 아나운서 말도 알아듣겠니?” “네, 무기 이름 몇 마디를 제외하고는 거의 알아들어요.”또다시 저는 “저 군인 아나운서가 뭐라고 말하는데?” 하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아이는 미군 아나운서가 말한 내용을 저에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저는 다시 한번 놀랐습니다. 그리고 마음이 흡족했습니다. 그동안 노력했던 일에 대한 성과를 확인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저는 아이가 영어 회화를 배운다고는 했지만 저와 아이와 영어로 주고받은 말은 한마디도 없었습니다. 제가 영어 회화를 못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실 제가 직접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고, 아내를 통하여 영어 회화 시간에 간접 확인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상황, 그러니까 AFKN TV 방송을 열심히 듣고 있는 큰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아, 저 아이가 영어를 알아듣고 있구나.’ 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이날은 이렇게 기분 좋게 하루를 보냈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영어 교과서는 저 자신에게도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제가 영어 공부를 하는 것이 아니고 미리 자습서를 보고 단어 뜻이나 해석 내용을 알고 있는 처지에서, 아이에게 영어 테스트만 하는 것이기 때문에 고2 영어 교과서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고2 영어 교과서를 배우면서부터는 제가 아이에게 듣기 공부를 위하여 영어 본문을 읽어주는 것을 생략했습니다. 그 대신 자습서 부록에 함께 나오는 원어민 읽기 테이프가 있어 그것을 틀어주었습니다. 비록 낮 시간에 아이가 듣는 연습을 여러 차례 했지만, 테스트를 위하여 들려주는 것은 또 다른 의미가 있기 때문입니다. 테이프는 2~3번 정도 반복하여 듣도록 시켰습니다. 그러면서 저는 옆에서 이 테이프를 들으면서 동시에 우리나라 말로 뜻을 알도록 하라고 시켰습니다. 듣기 공부는 이렇게 했지만 제가 본문을 못 읽는 대신 아이에게는 본문 읽기를 시켰습니다.
아이가 영어 교과서 본문을 읽는 동안 저는 제가 별도로 가지고 있는 영어 교과서를 응시하면서 아이가 본문을 제대로 읽는지를 확인하였습니다. 이 정도는 제가 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저는 아이에게 “좀 더 숙달되게 억양을 넣어서 읽음과 동시에 뜻을 생각하며.”라고 주문을 했습니다. 또 이렇게 두세 번 정도 연습시킨 뒤 읽기 시험을 보았는데 억양, 스피드, 정확한 발음을 중점적으로 테스트했습니다. 읽기 시험을 보면 아이는 낮에 이미 연습을 했기 때문에 해당 단원의 본문을 술술 잘 읽어 내려갑니다. 이 정도 되면 합격을 줘도 되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저는 책에서 본문 내용을 눈으로 보고 있다가 본문 읽기가 다 끝나면 일부러 억양이 틀렸다든지, 스피드가 떨어진다든지, 또는 감정이 부족하다든지 핑계를 대어 지적하면서 불합격이니 20분 후 다시 읽기 시험을 본다고 말하고 즉시 현장에서 20분의 시간을 주어 읽기 연습을 시켰습니다. 그러면 아이는 다시 열심히 본문 읽기 연습을 합니다. 20분쯤 지나면 아이가 읽기 시험 볼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다시 본문 읽기 시험을 봅니다. 그러면 아이는 종전보다 더 숙달되게 억양을 넣고 감정까지 넣어 술술 잘 읽습니다.
그러면 저는 합격이라고 말하고, 다음 단계 시험으로 넘어갔습니다. 이렇게 저는 일부러 한 번 더 아이에게 영어 읽기 공부를 연습할 기회를 갖게끔 하여 효과적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유도하였습니다. 영어 단어나 숙어 쓰기 시험, 영어 본문 쓰기 시험, 모두 마찬가지로 꼬투리만 있으면 꼬집어 내어 불합격을 시키고, 그 자리에서 시간을 주어 공부하도록 하고 시험을 다시 보았습니다. 이 방법은 영어를 정확히 아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이렇게 매일매일 영어 공부와 씨름하면서 큰아이가 5학년 1학기가 지나고 여름방학이 시작되었습니다. 이제 작은 아이에게도 영어를 가르칠 때입니다. 왜냐하면, 작은 아이도 초등학교 2학년 1학기 여름방학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동안 미리 준비해 둔 스케줄에 의하여 작은 아이도 영어 공부를 시작하였습니다. 저는 퇴근 후 집에 오면 더욱 바빠졌습니다. 큰아이 영어 테스트하랴, 작은아이 영어 가르치랴, 그러나 저는 이 모든 것이 즐겁고 기뻤습니다. 피곤한지도 몰랐습니다. 이것은 아마도 저 자신이 자기 자식들을 가르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기쁨일 것입니다.
저는 퇴근 후 가족과 함께 식사가 끝나면 작은아이 영어 공부를 시작하였습니다.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가량 작은 아이와 공부하고 있는 동안에 저쪽 방에선 큰아이가 영어 테스트나 학교 공부 또는 영어 회화 예습을 하고 있습니다. 작은 아이의 영어 공부가 끝나면 곧바로 큰아이의 영어 시험 테스트를 합니다. 큰 아이의 영어 시험 테스트가 끝나면 밤도 어느 정도 깊어집니다. 이렇게 공부하는 동안 집안은 조용합니다. 다만 아빠의 목소리와 아이가 영어 읽는 소리가 간간이 들릴 뿐입니다. 그리고 매일매일 낮 시간 아이들의 뒷수발에 온 신경을 다 썼던 아내가 이 시간에는 저와 아이의 공부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뒷수발을 해주었습니다. 이렇게 하루에 두 아이를 영어 공부시키다 보니 작은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치기 전보다 큰아이에게 소비했던 시간이 약간 줄어들었습니다. 그렇지만 큰아이는 이제 영어 공부를 시작한 지 만 3년이 지나고 있어 어느 정도는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큰아이도 고등학교 3학년 영어 교과서를 마스터할 때까지는 느슨하게 공부시킬 수는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제 막 영어 공부를 처음 시작하는 작은 아이에게는 더욱 소홀히 할 수는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두 아이 모두 그들의 장래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작은 아이는 아빠의 말씀에 따라 영어 공부를 잘 따라주었습니다. 작은 아이에게도 큰아이가 했던 것처럼 시험에 100점을 맞으면 상금을 1,000원을 주었습니다. 상금을 처음 받았을 때 작은 아이는 자신의 노력으로 처음 받는 이 상금이 무척 기뻤나 봅니다. 형에게 자랑도 하고, 다음 날에는 아빠에게 빨리 영어 시험 보자고 졸라댈 정도였습니다. 아내의 말에 의하면 작은 아이는 영어 공부가 시작된 날 이후, 낮에 영어책을 붙들고 그렇게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할 수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빠가 퇴근하여 오시기를 무척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이날 이후부터는 퇴근 후 집에 들어설 때 아내보다도 먼저 작은 아이가 저를 더 반길 정도였습니다. 이렇게 큰아이, 작은 아이의 영어 공부는 내용 면에서 수준은 다르지만 영어 공부를 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하여는 서로 보이지 않는 경쟁구도를 띠면서 열심히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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